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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의 가치에 지불하라

1월의 어느 날, 필자는 감리현장에서 사무실로 복귀하던 길에 차를 돌려 관내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현장을 찾았다.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들어가며 마주한 그 광경은, 구조적 붕괴를 넘어선 참혹한 현실 그 자체였다.

부러지고 뒤틀린 강철 부재와 무질서하게 흩어진 가설 자재들은 차가운 겨울 공기처럼 선명한 실재가 되어 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글을 쓰며 다시 상기해 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굳이 이 불편한 장면을 마주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2020년 국제 설계 공모를 통해 그 여정을 시작했던 광주대표도서관은, 작년 말 인명사고를 동반한 붕괴라는 비극을 겪었다. 지역사회와 건축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5년여 사이에 지역사회는 세 차례의 건설 관련 재난을 겪게 되었으니 말이다. 시민들의 무고한 희생과 작업 중 변고를 당하신 분들에 대한 추모와 함께 업계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리고 자성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2020년 모 현장의 해체 시 붕괴사고 이후 강화된 현장 모니터링에서 건축사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던 국토안전관리원 현장 요원에게 항변하였던 기억이 있다. 국가가 대가 기준도 성과물도 불명확한 감리현장을 무한 가격경쟁으로 망가트려 놓고 이제 또, 힘없고 조직력 없는 건축사들에게 책임 추궁을 하느냐는 불만 섞인 작은 목소리였다. 속은 시원했으나 마음은 불편했다. 스스로도 감리 시 디자인과 도면의 구현에 상대적으로 집중한 나머지 안전이나 품질관리는 건설사의 책임이라고 조금은 등한시했던 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건축사의 일은 안락한 집과 아름다운 건축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 본질은 결국 삶을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의 실수와 태만은 역설적으로 삶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경기 침체와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건축사의 역할과 책임이 점점 더 무겁게 다가오는 요즘,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은 ‘기본’의 가치다. 안락함도 아름다움도 기본이 바로 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회가 기본의 가치에 비용을 지불하는 데 인색하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야 할 것이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http://www.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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